다자이 오사무(太宰治) - ア、秋(아, 가을)

다자이 오사무(太宰治) - ア、秋(아, 가을) 


본직이 시인이 되면 언제 어떤 주문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시의 소재를 준비를 해 놓는다.


[가을에 관해서]라는 주문이 온다면 ‘좋다! 왔네’이라고 [아] 부분의 서랍을 열어서 사랑, 푸름, 붉음, 가을, 여러가지 메모가 있었고 그 중에서 가을 부분의 메모를 뽑아 들어 차분히 그 메모를 살펴본다.


잠자리. 투명하다. 이라고 적혀져 있다(적어 놓았다.).


가을이 되면 잠자리도 허약해지고 몸통은 죽어 정신만이 너풀너풀 날고 있는 모습을 가리켜 말하고 있는 말인 것 같다. 잠자리의 몸이 가을의 햇살에 투명하게 보인다.



가을은 여름의 타다 남은 것. 이라고 적혀 있다. 초토화다.


여름은 샹젤리아. 가을은 등롱. 이라고도 적혀 있다.


코스모스, 무참. 이라고 적혀 있다.


언젠가 교외의 국수집에서 메밀 국수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 식탁 위의 낡은 잡지를 펼쳐 봤고 그 안에 대지진의 사진이 있었다. 온통 타버린 들녘, 체크 무늬의 유카타를 입은 여자가 혈혈단신 피곤해서 쭈그리고 앉아 있다. 나는 가슴이 전부다 타버릴 정도로 그 처참한 여자를 연모했다. 무서운 정욕마저 느꼈습니다. 비참과 정욕이랑은 반대인 것 같다. 숨이 멎을 정도로 괴로웠다. 메마른 들의 코스모스를 걷다가 만나면 나는 그것과 같은 고통을 느낍니다. 가을의 나팔꽃도 코스모스와 동일한만큼 나를 순간 질식 시킵니다.


가을은 여름과 동시에 온다. 이라고 적혀 있다.


여름 안에는 가을이 조용히 숨어서 일찌감치 오고 있는데 사람은 뜨거운 열기에 속아서 그것을 꿰뚫어 볼 수 없다. 귀를 기울여 주의를 하고 있으면(집중하고 있으면) 여름이 되고 동시에 벌레가 울고 있는 것이고 정원에 신경을 써서 보고 있으면 도라지 꽃도 여름이 되면 곧 피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고 잠자리도 역시 원래 여름 곤충이고 감도 여름 동안에 제대로 열매를 맺고 있는 것이다.



가을은 뻔뻔한 악마다. 여름 동안에 모두 몸치장을 가다듬고, 조소하면서 웅크리고 있다. 나정도의 혜안의 시인이 되면 그것을 간파할 수 있다. 집사람이 여름을 기뻐하며 바다로 갈까 산으로 갈까 등으로 들떠서 떠드는 것을 보면 측은하게 생각한다. 벌써 가을이 여름과 함께 몰래 스며들어오는데. 가을은 강렬한 만만치 않은 상대이다.


괴담 좋아. 안마. 여보, 세요.


부르다, 억새풀. 저 뒤에는 틀림없이 묘지가 있습니다.


길을 물으면, 여자가 벙어리다. 마른 들판.


잘 의미를 모르는 것이 여러가지 적혀 있다. 무언가 메모할 생각일 텐데 자기 자신에게도 쓴 동기를 잘 알 수 없다. 


창밖에 정원의 검은 흙 부스럭부스럭 기어 돌아다니는 보기 흉한 나비를 본다. 평범함을 벗어나, 늠름함 때문에 죽지 않고 있었다. 결코, 덧없는 모습은 아니다. 이라고 적혀 있다.


이것을 적었을 때는 나는 매우 힘들었다. 언제 적어 놨는지 나는 결코 잊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말하지 않는다. 버려진 바다. 이라고 적혀 있다.


가을 해수욕장에 가본 적이 있습니까? 강둔치에 깨진 무늬 있는 양산이 부딪히면서 가까워오고, 환락의 흔적, 일장기 모양의 등불도 버려지고, 비녀, 종이조각, 레코드 파편, 빈 우유병, 바다는 불그스름하게 탁해지고, 철썩철썩 물결치고 있다. 


오가타 씨에게는, 아이가 있었네.



가을이 되면, 피부가 건조해서 그립네.


비행기는 가을이 가장 좋아요.


이것도 무언가 의미를 잘 모르겠지만, 가을의 회화를 엿듣고 그대로 모아 적어 놓은 것 같다.


또 이런 것, 있다.


예술가는 항상 약자의 친구였을 터 인데.


조금도 가을에 관계 없는, 그런 말까지, 적혀 있지만, 혹은 이것도 [가을의 사상]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 밖에,


농가, 그림책, 가을과 군대, 가을의 누에, 화재, 연기, 절.


혼잡하게 가득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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