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 - 恋(사랑)



 옛날부터 명성이 자자한 사랑은 얼마든지 있지만 나는 특히 ‘야오야오시치’의 사랑에 동정심을 표한다. 오시치의 마음속을 살펴보면 실로 애처롭고 갸륵하여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다정하고 귀여운 그녀의 가슴속에는 하늘과 땅까지도 사로잡을 듯한 정염이 항상 활활 타오르고 있다. 그 불의 기세가 점차 강해져 다 진화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집까지 태우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마침내는 자신의 몸까지 그 불 속에 던졌다. 세상 사람들은 그녀를 어리석고 사리 분별이 부족하다고 말할 것이다. 어느 일파의 윤리학자와 같이 행동의 결과로 선악의 표준을 삼는 자는 오시치를 대악인이라고도 부를 것이다. 이 무구청정한, 구슬과 같은 오시치를 대악인이라고 부르는 자는 바보일 것이다.


 그러나 오시치의 마음속에는 현명함도 없고 선함도 없고 나쁨도 없고 인간도 없고 세상도 없고 천지만물도 없고 혹은 사려도 분별도 없는 상태이다. 혹자는 단지 한 사람의 신과 같은 연인과 그에 부수해 있는 불과 같은 사랑이라고만 한다. 만약 세상에서 어떤 것이 존재하고 있다고 하면 그 것이 집이든 나무든 사람이든 모두 이 연인을 위해 또는 자신의 사랑을 위해 존재하고 있지 않으면 아니 된다. 그런데 그 것이 조금이라도 이 사랑을 방해하는 것으로 존재한다면 집이든 나무든 사람이든 닥치는 대로 망설임 없이 때려 무너뜨려 갈 수밖에 없다. 이 사랑이 성공하기만 한다면 하늘과 땅이 산산이 조각난 골패가 되어도 조금도 놀랄 수는 없다. 혹은 또 이 사랑이 어떻게 해서든지 성공할 수 없는 때가 된 날에는 책형을 당해도 화형을 당해도 후회할 곳은 없다. 물론 후회할 곳은 없다하지만 죽음이라는 것이 두렵지 않겠나. 연약한 여자의 몸이 화형을 당한다는 것을 생각한 때에 그것이 어쩐지 마음이 불안하지 않겠나. 집을 태우는 오시치의 마음이 애처로운 그것만으로, 죽음에 임했던 오시치의 마음속이 불쌍하고 불쌍하여 슬퍼 견딜 수 없었다.



 죽음에 임박한 그녀의 마음속은 과연 어떤 것이였을까. 처음부터 조리 밖으로 성립해 있는 사랑은 새삼스럽게 조리를 생각해 지나간 일을 후회하는 일은 필시 없을 것이다. 어느 때는 사랑스러운 연인의 옆에서 천둥 치는 밤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꿈꾸고 있다. 어느 때는 하늘을 태우는 불꽃의 안에 무수한 악마가 무리를 이뤄 자신의 집을 태우고 있는 것을 꿈꾸고 있다. 어느 때는 만감이 한꺼번에 가슴을 막아 눈물은 연못이 되어 있다. 어느 때는 망연하여 슬프고 싶지도 않고 괴롭고 싶지도 않은 나와는 다르게 탈각의 상태처럼 되어 있다.


 처음부터 여러가지로 괴로워해 있던 것과 다르지 않지만, 그 고통 속에 이전의 잘못을 후회하는 고통이 없는 것은 확실하다. 감정적인 오시치에게 이치에 맞는 후회가 일어날 이유가 없다. 방화했던 건 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 생각하여 저지른 것이 아니라 사랑을 위해서는 반드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짓을 한 것인데 왜 그것에 대해 오시치가 선하냐 나쁘냐라고 생각해보는걸까. 혹 그것을 생각할 수 있을정도라면 사랑은 처음부터 성립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또는 오시치는 재판소에서 재판관으로부터 변명하거나 발뺌하는 말투를 배웠지만 그것에 괘념하지 않고 사랑을 위해 불을 놓았다고 솔직히 자백했기 때문에 재판관도 하는 수 없이 방화제를 물었다고 전하고 있다. 혹은 상상의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상상이라도 잘 맞아 있다. 오시치는 필시 그렇게 대답했던 것이다. 재판관이 여러 번 주의를 주고 오시치가 그곳에 불을 놓았을 리 없고 불을 옮기다 잘못하여 떨어뜨린 것이겠지라고 했을 지도 모른다. 그 때 오시치는 주눅들지 않고 “아닙니다. 요시카와 씨를 만나고 싶었던 것 뿐이어서 불을 놓으면 혹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여 놓은 것입니다.”라고 서슴지 않고 말하면서 마음속으로 울고 있던 것이 틀림없다.


 이 부분인 것이다. 이 부분이 애처로워서 견딜 수 없는 것이다. 죄를 저질러 받는 고통을 두려워해 발뺌하는 듯이 말하는 오시치라면 처음부터 불을 놓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오시치는 죽음에 임해서도 자신의 죄를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은 것 뿐만 아니라 한층 더 자신이 지폈던 불이 에도에 퍼져 자신을 사형으로 선고한 재판관도 자신을 사형에 빠뜨린 법률도 자신을 사형으로 이끌어야만 하는 집행인 모두 남김없이 타버린 것을 유감으로 생각하기를 원하는 것일거다. 아니, 무구청정한 오시치에게 그 정도의 강한 마음이 있을 리 없다. 오시치는 필시 집을 태운 건 나쁜 짓을 한 것이라고 느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시치는 불을 놓치 않았다면 잘한 것이라고 생각할까? 처음부터 그런 일은 생각하지 않았다.



 인간세계의 선악이, 선악 밖에 서 있는 신계의 사랑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그러나 방화가 나쁜 것이라고 느낀 순간에는 본심에 찔리는 부분이 있는 것이고, 그런 것을 하지 않으면 좋다고 생각해야하지만 어떨까? 무언가 마이너스적인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순간에는 어떤 것을 생각하고 있던 것일까? 그것은 요시카와는 귀엽다고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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