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와 미메이(小川未明) - 野ばら(들장미)



小川未明 - 野ばら


 큰 나라와 작은 나라가 서로 이웃하고 있었습니다. 잠시동안 두 국가 사이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평화로웠습니다.

 여기는 수도로부터 먼 국경입니다. 두 나라의 수도로부터 먼 국경엔 단 한 명으로 구성된 부대가 파견돼 국경을 정한 비석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큰 나라의 병사는 노인이었고, 작은 나라의 병사는 청년이었습니다.

 둘은 비석이 세워져 있는 오른쪽과 왼쪽을 망보고 있었습니다. 산은 너무도 적적 했고, 간간이 그 부근을 여행하는 사람들의 그림자만 보였습니다.


 처음 서로의 신분을 몰랐던 동안은, 둘은 ‘적군일까? 아군일까?’와 같은 생각이 들어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지도 않았지만, 언제부터인가 둘의 사이는 좋아졌습니다. 왜냐하면 둘은 딱히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없어 지루함을 느꼈고, 봄의 태양이 그들의 머리위로 길고 따스한 햇볕을 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때마침 국경에는 누가 심었는지 알 수 없는 한 그루의 들장미 나무가 무성히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 나무의 꽃에는 아침 일찍부터 꿀벌들이 날아와 모여 있었습니다. 아직 두 사람이 잠들어 있는 사이였기 때문에 그 꿀벌들의 경쾌한 날갯소리가 꿈에서 들리는 것처럼 기분 좋게 귀에 들려왔습니다.



 “자, 이제 일어날까? 저렇게 꿀벌들이 오고 있다니.” 라고 둘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밖에 나갔을 때, 태양이 나뭇가지 끝 위에서 기운 좋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둘은 바위 사이에서 솟는 맑은 물로 목을 축이고 얼굴을 씻기 위해 나와 서로 마주쳤습니다.

 “이거~ 반갑구만. 날씨가 아주 좋구먼!”

 “정말 날씨가 좋네요. 날씨가 좋으면 기분이 상쾌해요.”

 둘은 그곳에 서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서로 얼굴을 들어 근방의 경치를 바라봤습니다. 매일 보고 있는 경치이지만, 늘 새로운 느낌을 주고, 마음을 울리는 경치입니다.


 처음에 청년은 장기 두는 법을 몰랐습니다. 그렇지만 최근들어 노인에게 장기를 배우고나서부터는 화창한 낮이 되면 매일 서로를 마주보며 장기를 두었습니다.

 초반에는 노인이 청년보다 장기를 아주 잘 두어서 장기 말 하나를 빼고 두었지만, 후반에는 예사와 같이 두었고, 때로 노인은 패배를 당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청년도 노인도 지극히 좋은 사람들이었습니다. 둘 모두 정직하고 친절했습니다. 둘은 사력을 다해 장기판 위에서 다투었지만, 마음은 서로 격이 없는 사이였습니다.

 “아! 이건 나의 패배일지도 모르겠구나…! 이렇게 계속 도망쳐서는 답답해서 견딜 수 없군. 실제 전쟁이었다면 어떤 모양새였을지 모르겠는걸?” 이라고 노인은 말하고 큰 입을 벌려 웃었습니다.

 청년은 다시금 승산이 있어서 기쁜 듯한 표정을 하고 힘껏 눈을 초롱초롱한 상태로 유지시키면서 상대의 왕(장기말)을 추격했습니다.


 작은 새는 나뭇가지 끝 위에서 재미있는 듯이 지저귀고 있었습니다. 백장미의 꽃에서는 좋은 냄새를 보내 왔습니다. 그렇지만 그 나라에도 겨울은 역시 있었습니다. 날이 추워지자 노인은 남쪽을 그리워했습니다. 남쪽에는 노인의 아들과 손자가 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빨리 휴가를 받고 돌아가고 싶구나.”라고 노인은 말했습니다.

 “당신께서 남쪽으로 돌아가신다면 모르는 분이 대체 근무로 오겠지요? 그 역시 친절하고 다정한 분이면 괜찮겠지만, 서로를  적과 아군으로 나누어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곤란할 것 같습니다.  부디 잠시 동안 있어주세요. 그 사이에 봄은 꼭 옵니다.” 라고 청년이 말했습니다.

 이윽고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 되었습니다. 바로 그 즈음 이 두 국가 사이에는 무언가의 이익문제로 인한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그러자 지금까지 매일 사이 좋게 지내고 있던 두 사람의 관계는 적과 아군의 관계가 되었습니다. 그것은 정말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자, 너와 나는 오늘부터 적이 되었다. 내가 이렇게 많이 늙었지만 소좌이기 떄문에 내 목을 가져 간다면 너는 출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나를 죽여다오” 라고 노인이 말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청년은 생각지도 못했다는 얼굴로 “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어째서! 저와 당신이 적이 된 것일까요? 저의 적은 다른 사람이어야 합니다. 이 전쟁은 아주 먼 북쪽에서 개전 되고 있습니다. 저는 그곳에 가서 싸우겠습니다.” 라는 말을 남기고 청년은 국경을 떠났습니다.

 국경에는 노인만이 남겨졌습니다. 청년이 사라진 날부터 노인은 멍하니 날을 보냈습니다. 꿀벌들은 해가 떠 들장미 꽃이 필 때부터 해가 저물 때까지 무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지금 전쟁은 아주 먼 곳에서 치뤄지고 있기 때문에 설령 귀를 기울여도, 하늘을 바라봐도, 총성도 들리지 않고 검은 연기의 형체조차 보여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노인은 그 날부터 청년의 신변을 걱정하였습니다. 날은 이렇게 흘렀습니다.


 어느 날 한 나그네가 그 국경을 지나갔습니다. 노인은 전쟁이 어떻게 되었는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나그네는 작은 나라가 져서 그 나라의 병사는 몰살 당하고 전쟁은 끝이 났다고 말했습니다.

 노인은 그렇다면 청년도 죽은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노인은 고개를 숙이며 비석의 주춧돌에 걸터앉아 그러한 것을 신경 쓰다 자기도 모르는 새에 꾸벅꾸벅 잠이 들었습니다. 그 때 저편에서 큰소리를 내면서 다가오는 사람의 기척이 났습니다. 그 곳에는 한줄의 군대가 있었고, 말에 탄 채 부대를 전두지휘하는 사람은 바로 그 청년이었습니다. 그 군대는 일말의 조그마한 소리도 내지 않았습니다. 머지않아 노인의 앞을 지나갈 때 청년은 목례를 하고 장미꽃의 냄새를 맡았습니다.

 노인이 어떠한 자인지 물으려고 하자 눈이 번쩍 떠졌습니다. 그것은 순전 꿈이었던 것입니다.그 후 1개월 즈음 지나자 들장미가 시들어 버렸습니다.

 그해 가을, 노인은 남쪽으로 휴가를 받아 돌아갔습니다.


출처 : 青空文庫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